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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흑백으로 물든 일상의 빛

by ARTRAN 아트란 20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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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아침, 5살 된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집을 나섰다. 하얗게 쌓인 눈은 단순한 풍경에서 곧바로 놀이가 되었습니다. 차 위에 쌓인 눈을 쓸어내리며 즐거워하는 아들의 모습은 겨울 아침의 고요함을 깨우는 작은 축제와도 같았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눈의 감촉,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아들의 표정은 특별한 연출 없이도 그 순간을 진솔하고도 특별하게 만들었다.

카메라를 들때마다 빛을 담고 싶기도, 시간을 담고 싶기도 한다. 새로운 피사체를 찾아 고민했지만, 결국 카메라는 본능처럼 가족을 향한다. 프레임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애쓰면서도, 결과적으로 기록되는 것은 언제나 우리 가족의 일상이다. 일상이 예술이라고 말한 어느 작가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평소와 다른 시도를 해보고자 카메라의 프리셋을 흑백으로 바꾸었다. 익숙했던 세상은 색이 사라지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흑백 풍경 속에서는 명암과 계조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고, 눈이 만들어낸 단순하고 독특한 장면들은 흑백이라는 형식 안에서 더욱 부각된다. 익숙함에 묻혀 지나쳤던 순간들이 낯선 시선을 통해 다시금 빛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 또한 차 위에 쌓인 눈을 치우며 장난치는 아들의 손짓, 흩날리는 눈송이, 그리고 아이와 함께한 장보기. 평범한 일상이 흑백 사진 속에서는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장면이 된다. 일상이란 흔히 반복적이고 지루하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또 다시 느낀다.

2024년 어느 겨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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