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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하탄에서 80불짜리 호텔, 도망 나온 이야기

ARTRAN 아트란 2019. 5. 8. 16:23

나의 첫 해외여행은 22살에 간 태국이었다. 첫 배낭여행은 태국으로 가라던 지인의 말을 듣고 혼자 떠난 첫 해외여행이었다. 숙소 예약이란 것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 티켓만 끊어 떠났다. 카오산 로드에 도착하여 저렴해 보이는 허름한 숙소에 들어갔다. 1박에 12000원가량 했을까. 그래도 선풍기와 욕실이 딸려있는 작은방이었다. 허름했지만 혼자 했다는 마음에 뿌듯하고 어떤 불평도 없이 잘 지냈었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났다. 혼자 뉴욕을 여행할 기회가 온 것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혼자 떠나는 건 첫 해외여행 이후로 처음이였다. 일단 비행기를 예약하고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내 맨해튼의 살인적인 호텔비에 놀랐는데.. 혼자 가는 여행이라 숙박에 많은 돈을 쓰기가 꺼려졌다. 태국 여행을 생각하며 허리띠를 졸라매 보리라 결심했다.

그리하여 1박 $80의 방을 예약했다. 인생 최악의 호텔을 만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호텔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한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오지를 여행하는 한비야를 동경했고 첫 태국 여행을 잘 다녀왔으며 20살 서울상경하여 고시원 생활을 2년 넘게 했던지라 어느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The Bowery House, 별 하나도 줄 수 없다!

☆ ☆ ☆ ☆ ☆ 

비 오는 5월, 늦은 시간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할 때 언니가 방이 조금 시끄러울 수 있으나 내일 반대편에 자리가 나면 바꾸어 준다는 것이다. 그래요. 방이 시끄러우면 얼마나 시끄럽겠어. 생각했지만 선택권 또한 없었다. 들어가 보니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 바로 앞 방이었다. 드라이기 조차 기대할 수 없는 공용샤워장에서 씻기가 꺼려져 가볍게 양치만 하고 누웠다. 비가 오는 날이라.. 춥고 습했다. 이불은 보온이 되지 않았다. 밤새 화장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문 닫는 소리에 벌떡벌떡 눈을 뜨게 되었다. 귓속에서 쿵쿵 번개가 치는 것 만 같았다. 

천장이 뚫려있어... No 방음..

기내용 케리어가 겨우들어가는 공간.. 고시원 보다 작다.

키작녀가 누워도 닿는 벽..

춥고 습하고 1도 되지 않았던 방음.. 호기롭게 잘 지낼 수 있다고 외쳤던 나 자신이 미웠다. 새벽까지 한숨도 들지 못하고 동이 트자마자 숙소를 도망 나오게 되었다. 지난 십 년 동안 좋은 환경에만 길들여 진건가. 십년 전에 왔더라면 참고 지냈을까.. 뉴욕에서의 아까운 1박을 망친 곳이다.

맨하탄에서 100불 이하 숙소는 나의 욕심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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